레고 한 통이 도형 감각을 키운 이유

학교에서 도형 시험 봤대요. 정육면체 전개도 그리는 문제. 딸이 "엄마, 나 만점!" 하면서 시험지 보여줬어요.

선생님 코멘트가 적혀있더라고요.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요." 도형 학원 다닌 적 없는데요.

생각해보니 레고였어요. 돌 때부터 지금까지 9년 동안 레고로 놀면서, 딸은 도형을 배웠어요.

돌부터 쌓기 시작했어요

돌 때는 쌓기만 했어요. 블록 하나 올리고, 또 하나 올리고. 무너지면 깔깔 웃고, 다시 쌓고. "높이 쌓아봐!" 하면 계속 쌓았어요.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 무너질 때까지. 그게 놀이였어요.

두 살 때는 길게 이었어요. 블록 하나하나 연결해서 기차처럼. "엄마, 길어!" 자기가 만든 거 자랑했어요. 한 줄로 쭉 이어놓고 "기차!" 했어요.

세 살쯤 됐을 때 레고로 집 만들기 시작했어요. "엄마, 집!" 네모난 블록 네 개로 사각형 만들었어요. 평면으로요. "이게 뭐야?" "네모!" "맞아, 네모구나."

사각형이라는 말은 몰랐지만, 네모는 알았어요. 레고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네 살 때는 지붕 만들었어요. 삼각형 블록 찾아서 위에 올렸어요. "엄마, 세모 지붕!" "우와, 세모 지붕이네!"

그때부터 도형 이름 배웠어요. 네모, 세모, 동그라미. 학습지로 가르친 적 없는데, 레고로 만들면서 알게 됐어요. "문은 네모, 지붕은 세모, 창문도 네모!" 혼자 중얼거리면서 만들더라고요.



크기와 입체를 느끼게 됐어요

다섯 살 때는 블록 크기 구별하기 시작했어요. "엄마, 이 블록이 더 커!" 큰 블록이랑 작은 블록 비교했어요. "얼마나 더 큰데?" "이만큼!" 손으로 보여줬어요. 크기 차이를 눈으로, 손으로 느낀 거예요.

같은 모양인데 크기가 다른 블록들 찾아서 정렬했어요. 작은 거, 중간 거, 큰 거. "엄마 봐, 계단!" 크기 순서대로 놓으니까 계단처럼 보이더래요. 크기 개념을 자연스럽게 배운 거죠.

일곱 살쯤 되니까 입체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평면이 아니라 위로, 옆으로, 앞으로 쌓는 거예요. "엄마, 이거 안에 공간 있어!" 블록으로 상자 만들고 안을 비워뒀어요. "열어볼 수 있어?" 뚜껑 만들어서 열고 닫고 했어요.

학교에서 정육면체 배울 때 선생님이 칭찬했대요. "도형 감각이 좋다"고. 왜냐면 레고로 이미 만들어봤거든요. 정육면체, 직육면체 다. "이거 레고로 만든 거랑 똑같아!" 했대요.

전개도 문제도 쉬웠대요. 종이에 그려진 평면 도형 보고 "이거 접으면 상자 되잖아" 했대요. 머릿속으로 상상이 됐대요. 레고로 수없이 만들고 부수고 했으니까. 펼쳤다 접었다 하는 걸 이미 경험했거든요.

지금도 레고가 수학 선생님이에요

10살 된 지금도 레고 해요. 더 복잡한 걸 만들죠. 건물도 만들고, 탈것도 만들고. 얼마 전에 놀이공원 만들었어요. 회전목마, 롤러코스터, 관람차. 다 레고로.

"엄마, 이거 대칭이야!" 회전목마 만들면서 말했어요. 좌우를 똑같이 만들었대요. 좌우 대칭. 수학 시간에 대칭 배울 때도 어렵지 않았대요. 이미 알았거든요. 레고로 만들면서.

도형 문제 풀 때도 레고 생각한대요. "이 도형을 90도 돌리면 이렇게 되겠지." 머릿속에서 도형을 돌려보는 거. 레고로 훈련됐어요. 블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하면서요.

각도 개념도 레고로 배웠어요. "엄마, 지붕 각도가 너무 급하면 이상해." 삼각형 지붕 각도 조절하면서 알게 된 거예요. 완만한 각, 급한 각. 실제로 만들어보니까 느껴지더래요.

특별한 교육 안 했어요. 그냥 레고 한 통 사주고 놀게 했어요. 9년 동안. 돌 때부터 지금까지. 레고값이 비싸긴 하지만, 도형 학습지 몇 년치보다 훨씬 나았어요. 레고는 계속 쓸 수 있으니까.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고. 무한 반복.

친구 엄마들이 물어봐요. "도형 어떻게 가르쳤어?" 안 가르쳤어요. 레고로 놀게만 했어요. 그럼 저절로 배워요. 네모, 세모, 크기, 입체, 대칭, 각도. 다요.

도형 감각은 그림으로 배우는 게 아니에요. 만지고, 쌓고, 돌려보고, 부숴보면서 배워요. 평면 그림 백 번 보는 것보다, 입체 블록 하나 만져보는 게 나아요. 레고가 그걸 가능하게 해줬어요.

딸한테 레고 사주세요. 비싼 교구 말고 레고요. 그냥 놀게 두세요. 뭐 만들라고 강요하지 말고, 마음대로 하게 두세요. 도형은 저절로 배워요. 9년 지켜본 제가 보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