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놀이가 아이를 바꿨어요

"엄마, 이거 맞게 그린 거야?" 딸이 다섯 살 때 그림 그리다가 물어봤어요. 토끼 그렸는데 귀가 너무 길다고, 이상하다고.

"맞게 그린 거? 그림에 정답이 어딨어. 네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돼." "근데 토끼 귀는 이렇게 안 생겼잖아." "네 토끼는 귀가 긴 토끼일 수도 있지."

그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지금 10살, 상상력 정말 풍부해요. 놀이할 때 정답 찾지 말고 자기 방식대로 하게 뒀거든요.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게 했어요

색칠공부 책도 있었어요. 친구들이 선물로 줘서. 가끔 했어요. 근데 빈 종이도 많이 줬어요. "오늘은 뭐 그릴까?"

처음엔 딸이 힘들어했어요. "뭘 그려?" "네가 좋아하는 거." "...몰라." 그럴 땐 "엄마가 먼저 그려볼까?" 하고 막 그렸어요. 동그라미, 세모, 네모. "이게 뭐야?" "음... 로봇?" "맞아! 로봇이야."

딸도 따라 그리기 시작했어요. 동그라미 그리고 "이건 사탕!" 세모 그리고 "이건 산!" 선 쭉 긋고 "이건 뱀!" 정답이 없으니까 뭐든 될 수 있었어요.

여섯 살 때는 이야기 그림 그렸어요. "엄마, 이거 봐. 여기는 공주 성이고, 여기는 용이고, 여기는 보물이야." 한 장에 이야기가 다 있었어요. 선 안에 색칠하는 것만 했으면 이런 그림 못 그렸을 거예요.

레고는 자기 방식대로

레고 사줬어요. 설명서 보고 만들기도 했어요. 집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엄마, 다 만들었어!" "우와, 멋진데? 이제 뭐 할래?" "음... 이거 부수고 다른 거 만들래!"

부수고 우주선 만들었어요. 설명서에 없는 거. 블록 이리저리 붙이고, 떼고, 다시 붙이고. 한 시간쯤 지나서 "완성!" 했어요. "이게 뭐야?" "우주선! 여기 날개고, 여기 조종석이야."

일곱 살 때는 자기가 디자인한 집 만들었어요. "3층짜리 집이야. 1층은 거실, 2층은 방, 3층은 놀이방!" 설명서대로도 하고, 자기 방식대로도 하고. 둘 다 했어요.

미술 놀이는 재료만 줬어요

여덟 살 때부터 미술 놀이 자주 했어요. 재료 주고 "뭐 만들래?" 물어봤어요. 종이, 풀, 가위, 색연필, 스티커.

"오늘은 뭐 만들래?" "음... 카드!" "누구 줄 카드?" "할머니! 생신이잖아." "그래, 만들어봐."

딸이 종이 접고, 그림 그리고, 스티커 붙였어요. 완성된 카드 보니까 삐뚤빼뚤했어요. 근데 할머니 얼굴 그려놓고, "사랑해요" 써놓고, 하트 스티커 가득 붙여놨어요.

"예쁘다. 할머니 진짜 좋아하시겠다." "응! 나 혼자 만들었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자기가 만든 거니까.

요즘은 상자로도 놀아요. 택배 상자 버리지 말라고 해요. "엄마, 이 상자 주면 안 돼?" "그래, 뭐 만들 건데?" "비밀!" 그러고 가위, 테이프 들고 방에 들어가요.

한 시간쯤 지나면 나와요. "엄마, 완성!" 로봇 만들었어요. 상자로. 팔도 움직이고, 머리도 돌아가고. "우와, 대단한데?" "나 혼자 다 만들었어!"


여자아기가 혼자 클레이로 만들기하는 모습


상상 놀이는 매일

지금도 매일 상상 놀이 해요. 인형 가지고 놀 때, 스스로 이야기 만들어요. "오늘은 인형들이 우주여행 가는 날이야. 여기는 우주선이고, 여기는 달이고..."

혼자 중얼중얼 대사도 해요. "우주선 발사! 3, 2, 1! 붕!" 제가 끼어들지 않아요. 그냥 놀게 둬요. 자기 방식대로.

학교에서 미술 숙제 받아오면 제일 신나 해요. "엄마, 오늘 공룡 그리래!" "그래? 어떻게 그릴 건데?" "음... 불 뿜는 공룡!" "오, 재밌겠다."

그리고 와서 보여줘요. "엄마, 봐! 불 뿜는 공룡!" 초록색 공룡인데 입에서 빨간색 불이 나와요. 날개도 있고요. "공룡한테 날개 있어?" "내 공룡은 있어. 날아다니는 공룡이거든!"

선생님이 칭찬했대요. "상상력이 좋다"고.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요? 놀이할 때 "이렇게 해야 돼" 안 했거든요. 색칠공부도 하고 자유 그리기도 했어요. 레고 설명서도 보고 자기 방식도 해봤어요. 미술 놀이 할 때 정답 찾지 말라고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딸이 알게 된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정답은 하나가 아니야. 내가 만든 것도 좋아.'

친구들도 미술 학원 다녀요.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그리고, 만들고. 우리 딸도 가끔 따라 그려요. 근데 혼자 상상해서 만들 때가 더 많아요.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라 스스로.

놀이할 때 자유롭게 하게 하세요. "이렇게 해"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빈 종이도 주고, 레고도 자기 방식대로 해보게 하고, 상자도 주세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하세요.

처음엔 "뭘 해?" 할 거예요. 괜찮아요. 시간 주면 스스로 찾아요. 부모는 기다려주기만 하면 돼요. "잘못 그렸어" "이거 이상해" 하면 "아니야, 네가 그린 거니까 좋아" 하세요.

정답 찾는 아이보다, 자기 방식 만드는 아이가 더 강해요. 상상력 풍부한 아이가 되려면, 자유롭게 놀 시간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