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어요
딸이 세 살 때였을 거예요. 정말 쉼 없이 "왜?"를 달고 살았거든요. "왜 비가 와?", "왜 하늘은 파래?", "왜 개미는 작아?" 하루에 백 번도 넘는 질문 폭격에 솔직히 너무 지치기도 했죠 . 처음엔 정성껏 대답해 주다가도 몸이 힘들면 "그냥 원래 그런 거야", "나중에 알려줄게"라며 무심하게 대답을 넘겨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딸아이가 질문을 안 하더라고요. 궁금한 게 없어진 게 아니라, 제가 대답을 안 해주니까 아이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게 된 거였죠. 제 경험상, 아이의 반짝이는 호기심을 엄마인 제가 무심코 꺼뜨렸던 것 같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그날 이후로 저는 마음을 고쳐먹고 질문을 환영하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답니다.
나중에라는 무심한 대답 대신 아이의 속도를 맞췄어요
다시 네 살이 된 아이가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엄마, 비는 어디서 와?" 이번엔 하던 일을 멈추고 제대로 답해줬죠.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이 있잖아. 그 구름 속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합쳐져서 무거워지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뚝 떨어지는 게 비야." 사실 이런 과학적 원리를 아이 눈높이에서 수다 떨듯 이야기해 주니 아이가 훨씬 흥미로워하더라고요.
모르는 게 나오면 대충 넘기지 않고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 같이 찾아볼까?"라며 핸드폰을 꺼내 검색도 하고 그림도 보여줬어요. 설거지하다가도 손 씻고 와서 대답해 주는 정성을 보였죠. 질문하는 행위 자체를 충분히 칭찬해 주니, 질문이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된 아이는 더 신나서 세상을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정답 대신 질문을 되돌려주니 생각이 쑥쑥 자라더라고요
다섯 살쯤 되니 이제 제가 반대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엄마, 왜 나무는 커?"라고 물으면 "음, 우리 딸은 왜 그럴 것 같아?"라고 되물었죠. "물 먹어서?", "햇빛 때문에?"라고 아이가 대답하면 "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인정을 먼저 해줬어요. 무엇보다 답을 바로 주지 않고 아이 스스로 생각할 틈을 주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식물이 초록색인 이유를 물을 때는 "잎 안에는 '엽록소'라는 작은 친구들이 있는데, 얘들이 빨강이랑 파랑 빛은 쏙쏙 먹고 초록색만 튕겨내서 우리 눈에 초록색으로 보이는 거야"라고 자연스럽게 원리를 알려줬죠. 여섯 살 때는 질문이 더 깊어져서 "별은 왜 안 꺼져요?"라고 묻곤 했는데, 별이 뜨거운 가스 덩어리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주의 신비까지 함께 들여다봤답니다. 저도 모르는 과학 지식을 공부해가며 아이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 또한 세상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들었어요.
질문하는 습관이 생기니 문해력도 스스로 자라더군요
일곱 살이 되니 책을 읽다가도 단어 뜻을 물어보는 게 습관이 됐어요. "멸종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이 세상에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사라진 거야"라고 답해주고, 운석이나 빙하기 같은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갔죠. 질문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눈에 띄게 자라는 게 느껴졌어요.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르면 솔직하게 물어보는 태도가 아이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준 셈이죠.
지금 열 살이 된 우리 딸은 여전히 질문이 많아요.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질문하지 않는 아이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죠. 요즘은 저에게 편지를 써주는데, "엄마, 오늘 산책할 때 본 새 이름은 뭐야?" 같은 질문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볼 때면 참 기특해요. 스스로 궁금해하고 답을 찾아가는 그 힘이 이제는 아이의 단단한 배움의 뿌리가 된 것 같아요.
호기심이 이끄는 공부는 쉽게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10년간 아이를 키워면서 느낀 건 , 질문하는 습관이 아이의 배움 태도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어요. 공부가 단순히 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궁금한 걸 알아가는 즐거운 과정이 되더라고요. 과학 시간에 엽록체에 대해 배울 때도 "엄마, 옛날에 말해준 그 친구 맞지?" 하며 이미 알고 있는 경험과 연결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수학 공식을 접할 때도 "왜 이렇게 되는 거야?"라며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더군요.
질문하는 아이는 스스로 배우려는 힘이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제가 제일 잘한 일은 아이의 "왜?"를 귀찮아하지 않고 받아준 거예요. 모르면 "같이 찾아보자" 하고, 좋은 질문에는 아낌없이 칭찬해 줬던 그 시간들이 아이의 호기심을 키웠죠. 아이가 묻는 질문에 완벽한 정답을 줄 필요는 없더라고요. 엄마가 내 질문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그 믿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오늘도 아이의 엉뚱한 질문 하나에 정성껏 대답해 주는 하루가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