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보내고 초등까지 키운 10년 현실

딸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같은 반 엄마들이 모여서 얘기하더라고요. "영어 학원 어디 보내?" "수학은 어디가 좋대?" 저만 가만히 있었어요. 학원 보낼 생각이 없었거든요.

"학원 안 보내?" 물어보길래 "아직은요" 했어요. 속으로는 '앞으로도 안 보낼 건데' 싶었지만, 주변에서 다들 이상하게 봤어요. 요즘 세상에 학원 안 보내고 어떻게 키우냐고요.

지금 10년 지나서 돌아보니, 안 보낸 게 잘한 일이었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학원 대신 집에서 했어요. 책 읽고, 산책하고, 같이 요리하고, 보드게임 하고,  특별한 교육 아니었고, 집에서 할수 있는 일상생활이 학원이었어요.

한글은 마트 전단지 보면서,  수학은 요리하면서 배웠고, "밀가루 100그램 재볼래?" "물 200ml는 얼마나 될까?" 계량컵 들고 같이 재면서 숫자를 익혔어요. 학습지보다 재밌어했어요.

영어는 유튜브 영상 봤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영어로 틀어줬죠. 처음엔 한글 자막 켜다가, 나중엔 영어 자막으로, 나중엔 자막 없이 천천히 익숙해지더라고요. 문법 안 가르쳤어요. 그냥 듣고 따라 하게 뒀어요.

과학은 산책하면서 배웠어요. 개미 관찰하고, 꽃 이름 찾아보고, 구름 모양 보면서 날씨 얘기하고. 교과서보다 현실이 더 좋은 교재였어요.

솔직히 불안했어요

다른 애들 다 학원 다니는데 우리 애만 안 보내니까요. "이러다 뒤처지는 거 아닐까?" 밤에 혼자 걱정도 많이 했어요. 친구 엄마들 만나면 더 그랬어요. "○○이 벌써 영어책 읽는대!" "△△이는 수학 선행 두 학년 나갔대!" 듣고 있으면 초조했어요.

그래도 중심은 제가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우리 아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우리 애 속도가 있을 거라고, 지금 당장 빠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였어요. 쉽지 않았어요. 정말로요.

 학원 보내면 진도가 정해져 있잖아요. 따라가야 하고, 집에서 하니까 아이 속도대로 갈 수 있었어요. 빠르게 이해하는 건 쑥 넘어가고, 어려워하는 건 천천히 반복하고, 매학년을 이처럼 헤쳐나갔어요.

8살 때 받아쓰기 연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친구들은 한 번에 척척 외우는데, 우리 딸은 느렸죠. 괜찮았어요. 매일 다섯 개씩만 했어요. 완전히 익히고 나서 다음으로 넘어갔고요. 천천히 갔지만 확실하게 배웠어요.

학원이었으면 진도 따라가느라 힘들었을 거예요. 집에서 하니까 아이 리듬대로 갈 수 있었어요. 조급하지 않았어요. 언젠간 되니까요.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있었어요

학원 가면 선생님이 빠르고 정확하게 정답 알려주잖아요.  그런데 집에서는 달랐어요. 틀려도 괜찮았고, 헤매도 괜찮았어요.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이 있었죠.

8살 때 과학 숙제로 식물 키우기가 나왔어요. 씨앗 심어서 관찰하는 거요. 처음엔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씨앗이 썩었어요. 다시 심었어요. 이번엔 물을 적게 줬더니 말랐어요. 세 번째에 적당히 줬더니 싹이 텄어요.

실패하고, 다시 해보고, 또 실패하고 , 이 과정이 배움이었어요. 학원에서는 못 겪었을 경험이었죠. 정답만 배우는 게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운 거예요.

10년 지나고 보니

지금 딸은 혼자 공부해요. 제가 "공부해" 안 해도요. 스스로 책상에 앉아서 숙제하고, 모르는 거 찾아보고, 책 읽어요.

궁금한 게 생기면 검색해요. "엄마, 공룡이 왜 멸종했는지 알아?" 물어보길래 "너 찾아봤어?" 했더니 이미 찾아본 상태였어요. "운석 때문이래. 근데 화산 때문이라는 설도 있대." 스스로 배우는 아이가 된 거예요.

성적은 중간 정도예요. 1등도 아니고 꼴등도 아니고,  괜찮아요. 중요한 건 배우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새로운 거 배우는 게 재밌다는 거요. 학원 다닌 친구들 중엔 공부 지겨워하는 애들 많은데, 우리 딸은 여전히 호기심이 많아요.

정답은 모르겠어요. 어떤 아이한테는 학원이 맞을 수도 있고요. 다만 우리 애한테는 이 방법이 맞았어요. 집에서 천천히, 아이 속도로 배우는 게요.

돈도 많이 아꼈어요. 학원비 대신 책 샀어요.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경험이 학원보다 값졌어요. 시간도 마찬가지였어요. 남은 시간엔 그냥 놀았어요. 친구 만나고, 밖에서 뛰어놀고.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가 자기 속도로 배우고, 실패를 겪고, 스스로 찾아가는 힘을 키웠으니까요. 10년 지나고 보니 그게 보이더라고요.